나는 어릴 때 중앙난방이 되지 않는 집에서 자랐다. 괜찮았다. 가끔 추워서 난로 주변에서 덜덜 떨거나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했지만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40세가 됐을 때 드디어 중앙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제 만약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추위와 싸워야 한다면 정말로 비참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미 중앙난방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생활수준이란 알코올이나 마약과 유사한 것이다. 일단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거기서 생겨난 행복을 유지하고자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쳇바퀴, 바로 '쾌락'의 쳇바퀴 속에 있는 것이다. 행복을 유지하려면 계속 바퀴를 돌려야 한다. (82p)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 정은아 옮김, 이정전 해제 '행복의 함정 - 가질수록 행복은 왜 줄어드는가' 중에서 (북하이브(타임북스))
행복의 가장 큰 적은 '비교'입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고 불행하다 느끼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버드대학 학생들에게 다음 두 곳 중 어느 곳에서 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1)당신은 1년에 평균 5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평균 2만5000 달러를 버는 세상
2)당신은 1년에 평균 10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평균 25만 달러를 버는 세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첫번째 세상을 선택했다고 하지요. 절대소득이 적더라도 주변 사람들보다는 더 버는 쪽을 택한 겁니다. 자신의 절대 소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상대소득에 더 신경을 쓴다는 얘깁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동메달리스트는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딴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이지요.
행복의 또 다른 적은 '익숙해짐'입니다. 어릴 적 난로로 난방을 했다가, 40세 때 쾌적한 중앙난방 생활을 시작한 저자.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불행하다 느끼지 않았었지만, 자신이 지금 만약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추위와 싸워야한다면 비참한 기분을 느낄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소형차를 샀을 때, 처음으로 작은 집을 마련했을 때, 우리는 매우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물건'에 익숙해집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적응'(adaptation)이라고 부르지요.
이런 익숙해짐, 적응 때문에 우리가 계속 행복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자극, 즉 더 많은 물건이나 더 좋은 물건을 가져야 합니다. 예전 경제노트에서 행복을 위한 지출을 원한다면 자동차 같은 '물건'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같은 '경험'을 구매하라는 말씀을 드린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경험보다 물건에 훨씬 쉽게 익숙해지고 적응하니까요.
'비교'와 '익숙해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두 방해물인 이 비교와 익숙해짐에 대해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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